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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비는 속이 부글거렸다. 아니 내가 어디가 부족하여 저런 천한 도리년을 품는 것인가.. 숙비는 천성적으로 시기와 질투가 강했고, 성품이 잔인했다. 한번은 여시종이 부뚜막에서 큰 솥에 두부를 끓였다. 잠깐 신경을 다른 곳에 쓰다 두부를 크게 태웠는데, 그 탄내가 온 집에 진동을 하였다. 탄내는 숙비가 있던 안방까지 전해졌고, 옷에 밴 탄내를 킁킁거리더니 불같은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당장 뛰쳐나가 이 시종의 머리채를 잡았다. 잘못을 빌 시간도 없이 시종의 입은 벌려졌고, 아직 식지도 않은 뜨거운 두부를 입안에 붓고는 부지깽이를 집어 입 속을 휘저었다. 시종은 이가 부러지고, 입안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리고 결국 몇 일을 먹지 못하고 앓다가 죽고 말았다. 그런 숙비가 날 뚫어지게 볼 때마다 겁이 덜컥덜컥 났다. 이건 시간 문제였다. 결국 숙비는 시기와 질투를 장작삼아 타오르던 마음 속 불을 꺼뜨리지 못하고 결국 내게 사달을 내버렸다. 개새끼가 멀리 출타한 날이었다. "막둥이랑 거문아..... 당장 도리를 창고로 데려 오너라." 막둥이와 거문이가 내 양팔을 잡고 끌고 갔다. 난 영문을 알 것 같았다. 두려운 마음을 가득 안고 끌려간 곳은 창고였다. 농기구들이 바닥과 천장에서 날을 퍼렇게 빛내며 으르렁거렸다. "옷을 벗기고, 의자에 묶어라." "어 저... 마님.." 거문이가 주저했다. "어서 벗겨서 묶지 못하고.. 이 놈이 너부터 혼나볼테냐!!!!!" 솥뚜껑처럼 거친 손들이 옷고름을 찢으며 옷을 벗겨냈다. 실오라기 하나 없이 의자에 앉혀졌고.. 팔 다리가 의자에 꽁꽁 묶이고 말았다... 그제서야 내 눈에 숙비가 손에 든.. 불에 벌겋게 달궈진 낫.. "아.... 아아아... 아아아아악.... " * * * * * [퍽!!!!!!!!] 단테의 주먹이 반응할 새도 없이 와화의 복부로 파고들었다. [컥....] 와화의 오른손이 단테의 몸을 낚아채려 했지만, 이미 단테는 와화의 사각으로 빠진 후였다. 와화는 오른팔에 쏟은 기운만큼 몸을 크게 휘청였다. "컥....." 와화는 복부에서 느껴지는 강한 통증에 몸이 부들거렸다. 더러운 기억의 잔상이 스쳐지나가던 뇌리는 금새 현실의 고통으로 가득해져 버렸다. 복부를 내려다보니 아까 그 '가지'가 꽂혀 있었고, 가지를 타고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이놈이.. 어느새.. " "아~~ 쉽네.. 쉬워.... 이렇게 느려서야~..... 어.... 아....?? 실수했다....." 단테는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와화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 저걸 지금 꽂으면 안되는데.. 좀 더 대화로 풀었어야 했는데.. 하... 또... 이지랄..." "컥... 으흐흐흐흐흐으으으.. 으아악" 와화의 몸이 와화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지진이라도 난듯 부들대기 시작했다. 와화는 심하게 떨리는 양손을 들어올려 번갈아보았다. 아니 내 몸이 왜... 단테는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댔다. "하 와화야 미안하다 내가 실수했어.. 하.... 이거 다시 뺄 수 없는데... 타이밍이 완전 어긋났네.. 와화야 잘들어.. 잠시 후면.. 네 영이 그 여자의 몸에서 분리될꺼야. '비너리어' 가지가 네 영기（靈氣）가 몸과 맺고 있던 화학적 결합을 끊어낼꺼고. 영의 응집력을 무력화시키겠지." 단테는 손을 동그랗게 모았다가 큰 원을 그리며 퍼뜨렸다. "그리곤 아마 이렇게 사라질꺼야.. 파스스스스~~" 뭐? 화학적 결합? 응집력? 와화는 단테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겨우 이딴 나뭇가지에 무슨 힘이 있다는 거냐!!!" 와화는 배에 박힌 가지를 빼내려 했지만, 손이 다가갈수록 스파크가 튄 듯 몸에 알 수 없는 충격이 가해지며 손이 튕겨졌다. "이런 거 처음 당해보지? 나도 볼 때마다 신기하긴 해. 고작 이런 나뭇가지가.. 근데 이게 한번 박히면 그렇게 되더라고.. 그리고 사실 아까 종만이 눕힐 때까지만 해도 너무 약하길래 내가 생사람 잡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게 잘 통하는 걸 보니까. 역시 내가 보는 눈이 있긴 하네... 뭐 망하긴 했지만.."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으으윽.. 아아악.." 단테는 바닥을 뒹굴고 있는 와화를 멀찌감치에서 쪼그리고 앉아 쳐다보았다. 당장이라도 가지를 빼주고 싶지만.. [한번 박힌 비너리어 가지를 뽑다간 분리되던 영이 가지를 타고 네게 넘어올 것이다.] 하.. 스승님 또 망했습니다. 오랜 만에 400년 묵은 영이 제 발로 굴러들어왔는데.. 기회를 이렇게 날리네요... 그나저나.. 10분이 지나도 저 상태로 있는 걸 보면 와화가 꽤 영력이 강한거야.. 쉽게 끝이 안나네.. 가지가 박히는 깊이랑 가지 크기.. 아니면 영의 강함.. 응집력, 결합력에 따라 달라지겠지. 아주 오랜 만에 느껴보는 강렬한 고통에 와화는 '죽음'이라는 글자를 떠올렸다. 더이상 이 몸에 박혀 있다가는 놈의 말대로 될지도 몰라.. 이 타는 듯한 고통.. 아... 이게 뭐야.... 비너리어가지가 마치 말뚝처럼 와화의 영을 꽉 구속시켜 놓았다. 온 몸에 펼쳐놨던 영을 한대로 모아 몸을 벗어나려 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400년 동안 수십번은 반복했을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와화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아악... 으아악... 내 당장 일어나서 널 갈기 갈기 찢어낼테다.. 당장 이걸 풀어내라... 캬아아아아악악... 내 꼭 살아남아 너와 관계된 모든 이들을 찢어죽일 것이다..." "하... 진짜.. 어휘력딸리는 거 봐라.. 뭘 계속 찢긴 찢어.. 그러게 운좋게 살아남았고, 인간의 몸을 얻었으면.. 공부도 좀 하고.. 수양을 쌓던지.. 그냥 좋다고 인간과 동화된 채로 쾌락만 쫓았겠지.." "네가 뭘 안다고 그리 지껄이느냐.. 부모를 처참히 잃고.. 노비로 살며 매일 밤 주인놈에게 시달리다가.. 달궈진 쇠로 온몸을 난도질 당했다. 그래도 숨이 붙어. 있는 힘껏 도망쳐 숨어들었던 이곳 고달사에선.. 이 추해진 몰골때문에 사람같지도 않은 것들에게.. 개구리라고 놀림당하고 억울하게 죽임까지 당했다. 살아생전 원통한 마음이 고스란히 남아 반백년을 마음으로만 있었다.." 단테는 귀찮은 듯 딴청을 피우며 고개를 돌렸지만.. 와화 스스로 제일 궁금한 부분을 이야기하려고 하자. 단테는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그래 유언이라고 생각할테니 멈추지 말고 계속 말해라. 내가 제일 궁금해하는 썰이니.. 제발~~ "운좋게 얻은 인간의 몸. 그래 나였다. 이곳 고달사를 사라지게 한 것은...." 순간 와화의 얼굴이 강하게 일그러졌다. 온 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 드드드 떨리기 시작했다. "으으으으아아악... 크 억.." 단테는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보았다. 18분.. 에서 19분.. 끝인가 보네.. 더 듣고 싶었는데.. 하.. 아쉽다.. "끄으어... 끄.. 억... ..." 사그라드는 신음소리와 함께 와화의 몸이 뒤로 고꾸라지며 새벽이슬에 촉촉히 젖은 땅 위로 털푸덕 쓰러졌다. 단테는 아까 먹은 부대찌개에 들어있던 김치가 이에 끼었는지, 갑자기 연신 쭈왑거렸다. 쩝.. 씁쓸하네.. 이게 쉽지가 않아.. 영이 육체를 빼앗는 과정을 꼭 알고 싶은데.. 하.. 알아내는 게 쉽지가 않아. 오랜 만에 만난 400년 묵은 영이었는데.. 이게 싸우다보면 흥분해서.. 그냥 처치하게 돼. 조용히 다가가 와화의 목을 손가락으로 짚어보니 맥박은 뛰지 않았다. 금새 차가워지는 와화의 몸.. 단백질로 만들어진 껍데기일 뿐.. 아직 미약하게 남은 생체신호들이 혼란스러워하며 이곳 저곳을 오가고 있다. 아마 영혼을 찾고 있는거다.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 몸은 왜 이렇게 정지되는 걸까. "뭐 ... 내가 신도 아니고... " 단테는 와화의 몸에 꽂혀 있던 비너리어 가지를 뽑아냈다. 허규에게로 걸어가면서 단테는 연신 입을 쭈왑거렸다. 뭔가 제대로 끼인 듯한 이 사이를 입술이 볼록거리도록 혀로 열심히 튕겨내었다. * * * * * "긴급 속보 전해드립니다. 그동안 여주에서 미궁에 빠져있던 연쇄실종사건을 주도한 범인들이 익명의 전화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첫소식 홍지만기자입니다." "이곳 여주에선 40년 전인 1960년부터 주민들의 실종이 해마다 여러 건 신고되어 왔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실종된 이들의 행방이 묘연하였는데요. 경찰은 어제 익명의 제보자에게 제보를 받아 이곳 XX면에 위치한 도자기작업장에서 죽은 여자시신 1구와 결박된 50대남성 둘을 지하창고에서 발견하였습니다." "네 홍기자.. 그런데 이게 어떻게 그간 있었던 실종사건과 연관성을 가지게 된 건가요?" "네. 그간 여주지방에서는 많은 실종사건이 발생하였는데요. 이번에 그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이곳 작업장 곳곳을 수색하였는데요. 창고로 보이는 이곳에 대형냉동고가 있었고, 냉동고 안쪽에서 실종자로 추정되는 시신 수십구가 발견되었습니다. 부엌에 있는 냉장고에는 토막난 채로 부패되던 시신들도 발견하였는데요.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어제 저녁까지도 이것으로 요리를 한 흔적도 있었습니다." 단테는 소파에 파묻혀 멍하니 TV를 응시했다. 잠깐 어제의 기억을 재빨리 뒤적였다.. 뭐더라.. 찌개.. 그래 그 고기들어간 찌개.. "부대찌개?... 우아아아아아악!!!!!!!!!!!" 단테는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종만이, 와규, 와화 이 개같은 놈들...!!!!" [우웩 왝 왝.. 우웨에에엑.... 우웨에에엑!!!"] 고달사지 개구리스님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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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2 [0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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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글링핥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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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화가 대장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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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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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2 [0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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