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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성을 따라 올라간 곳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승탑으로 보이는 탑 주변으로 빙 둘러 모여 있었다. （승탑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61301&cid=40942&categoryId=33373 ） 우리가 무리를 지어 올라가자 탑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눈을 커다랗게 뜨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리를 응시하였다. 그걸 본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뒤로 돌려 또 다시 눈을 크게 뜨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이내 흥미를 잃었는지 일제히 승탑 저편 나무들이 우거진 쪽으로 눈을 돌렸다. 모두에게서 묘한 일체감이 느껴졌다. 자세히 보니 어슴푸레하게 남녀노소 모여 있었는데, 곁에 안겨 있던 어린아이들까지 모두 숨을 죽인채 눈이 향하고 있는 저쪽 풀 숲 어딘가에서 뭔가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어느새 해는 사라져 온통 깜깜했다. 그러자 몇몇 사람들이 부시럭거리며 어디서 가져왔는지 횃불대를 세우고 횃불에 불을 붙였다. 검은색 그을음이 타오르는 불빛을 받아 몇가닥 실처럼 하늘로 살며시 올라갔다. 갑자기 느끼한 고깃기름 냄새가 퍼져와 부드럽게 코를 간지럽혔다. 횃불대에 뭔가 있었다. 저게 뭘까. 고라니인가.. 토끼인가. 아니면 작은 돼지일까. 아무튼 4발달린 짐승이 구워지고 있었다. 저쪽 횃불대에선 고깃기름이 뭉쳐 떨어졌는지 불길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난 핑크넥타이누나에게 속삭였다. （"웃긴다.. 절터에서 고기를 굽네 ㅋㅋㅋ"） （"그러니까.. 근데 냄새는 좋다.. 끝나고 먹는 건가?"） （"아마 그렇겠지?"） 똥덩어리가 대화를 끊었다. （"단테형, 혹시 가방에 옷 남는 거 있어요? 밤 되니까 넘 춥다~"） （"내 가방엔 옷같은 거 없어.. 엣다 나무가지라도 줄까? 나도 춥다.."） （"뭐? 가방 속에 왠 나뭇가지야"） 털이 꼬시래진 냄새가 주변을 자욱하게 매웠다. 난 가방에서 꺼냈던 나뭇가지를 다시 가방에 넣으며 코를 킁킁댔다. 뭔가 이상했다. 털 타는 냄새.. 손질도 안된 고기를 바로 굽는다?.. 절터.. 거기다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봉안하는 승탑을 빙둘러 저래 굽는다고? 그때였다. 갑자기 쇠가 깨지는 소리가 어둠을 찢어냈다. 우리 모두 정적을 벗겨내는 어둠 쪽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바라보았다. 바람들이 손으로 휘휘 저어냈는지 한순간 가늘어진 구름 사이로 달이 그 빛나는 조각을 드러냈다. 어둠이 바래지며 우거진 수풀 사이에서 누런 달빛을 받은 원반이 허공을 이리저리 그으며 아른 거리기 시작했다. 뭘까 저게.. 원반들이 하늘거리더니 서로 부딪혀 또 다시 쇠가 깨지는 소리를 내며 연신 지천을 깨어냈다. 원반을 흔드는 사람들.. 아니 중.. 아니 아니.. 스님들이었다. 2명씩 2명씩 5줄은 되보이게 줄을 지은 스님들이.... 그래.. 바라춤.. 저걸 바라춤이라고 부르지. 바라춤을 추고 있었다. 누런 바라들이 부딪혀 쨍소리를 내다가도 시름겨운 소리를 음슴하게 내기도 했다. 스님들은 몸을 꽂꽂히 세운 채 무릎을 구부렸다가 폈다가, 좌우로 돌기도 하고, 제자리에서 무를 추다가도, 서로간에 비껴 오가며 법복을 휘날려 댔다. 그동안 달은 서서히 구름을 걷어내 완연하게 모습을 드러냈고, 잔뜩 넓어진 홍채가 사람들을 뚜렷하게 인지하도록 도와주었다. 바라춤의 기묘한 박자에 고개를 끄덕여 맞추다보니 꾸르륵 거리는 소리가 바라소리와 함께 귀로 스며들었다. 꾸르륵 꾸룩 꾸르르륵 어디서 나는 소리지? 고개를 돌려 달빛을 받은 사람들의 얼굴을 살폈다. 저게 .. 뭐지?.. 달빛을 받은 또렷해진 얼굴의 사람들은 쩅 쩅 거리는 바라소리에 맞추어 목젖을 부풀리더니 풍선처럼 꺼뜨려서 꾸르륵 소리를 만들어 떼창을 하고 있었다. 꾸르륵 꾸루루루룩 꾸르륵 꾸루루루륵 꾸르륵.. 과연.. 떼창의 민족... 아니.. 암튼.. 뭐야 저 이상한 행동은... （"토막거인형. 여기 사람들 좀 이상한데.. ? 어... 형?"） 토막거인형도 사람들의 특이한 소리법을 봤는지 목젖을 부풀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잘 되진 않는듯 했다. （"야 너도 따라해봐.. 잼있잖아.. 이게 근데 소리가 어떻게 나는거지? 끄르..르륵 .."） 하.. 그러고보니 함께 왔던 중년아저씨랑 아줌마들은 어딜 간건지.. 하긴 뭐.. 계속 같이 있을 순 없지. 집에 돌아가셨을 수도 있고. 암튼 저 괴상한 짓은 전염이 되는건지 핑크넥타이 누나도, 똥덩어리도, 징쓰도 소금사리도 다 목젖을 부풀리더니 신난다고 꾸루룩 어설픈 소리를 만들어냈다. 잠시 후 바라소리가 잠잠해지니 사람들의 꾸르륵 떼창도 그에 맞추어 그쳤다. 바라들은 공기를 담아내듯 크게 허공으로 휘저어지더니 하늘 끝부터 돌려 돌려 떨어지다 바닥을 위를 향한 채 스님들의 허리춤에서 멈췄다. 그렇게 바라춤은 끝이 났다. 무대 중앙에 스님 한분만 남기고 나머지 스님들은 바라로 배부터 가슴까지 가지런히 감싸안고 순식간에 인파 사이사이로 사라졌다. 목이.. 켁켁... 개구리같이 목을 부풀렸더니 목이 칼칼해졌다. 사람들은 무대 중앙에 우두커니 서있는 스님만을 지켜봤다. 혼자 남은 스님은 잠시 숨을 고르면서 합장을 했다. 잠시 후 펄쩍 뛰어오르더니 양 발로 강하게 땅을 짓밟으며 굳은 자세를 잡았다. 입을 크게 벌려 숨을 잔뜩 끌어모다가 불현듯 관중을 향해 불경인지 뭔지를 쏘아붙이듯 외기 시작했다. 스님의 목은 금새 핏대가 섰다. 아이금강 삼등방편 신승금강 반월풍륜 단상구방 남자광명 소여무명 소적지신 역칙천상 공중지하 소유일체 작제장난 불선심자 개래호궤 청아소설 가지법음 ........... 불경을 제대로 들어본 것은 처음인데, 묘한 흡입력이 있었다. 기타줄이 튕겨지는듯 쥐요옹~~ 거리는 느낌에 스님 목구멍에 기름칠을 하신 건지 혀 위로 사뿐거리는 음률, 그리고 어느 어둠 속에서 목탁까지 두드려주니 뜻을 전혀 모름에도 지루하지 않았다. 이렇게 스님의 염불을 끝으로 고달사지 승탑에서 벌어진 마을잔치? 마을축제?는 끝이 났다. 잔치가 끝나고도 머릿 속에서는 계속 스님의 염불소리가 쥐이요오옹~ 쥐이요오옹~ 거리며 맴돌았다. 옷에선 짐승털을 불로 꼬시른 냄새가 배어났다. 왁자지껄하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산을 내려가는데, 3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핑크넥타이누나에게 목을 빼며 말을 걸었다. "저기 어디에서 오신 분들이에요?" "아 저희 서울에서 왔어요.^^" "아 그러시구나.. 어쩐지 옷입으신 모습들이 다르더라고요." 여자는 조근거리는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저기 바쁘지 않으시면은 고달사지 초입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에서 음식을 나눌 예정인데, 즐기다 가시면 어떠실까요." "네?" 토막거인형과 나를 바라보는 누나. 난 이미 둘의 대화에 주목하고 있던 터라. 위아래로 목뼈가 없는 듯 고개를 신나게 흔들거렸고, 토막거인형은 털털하게 여자쪽을 보며 말했다. "어이.. 저희야 좋죠~! 그럼 염치없지만 잘 즐기겠습니다." "네.. 그럼 이따 아래서 뵙죠." 여자는 환하게 웃더니 종종걸음으로 내리막길을 쏜살같이 내려갔다. 많이 어두운데, 넘어지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2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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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다감한 |
잘 봤습니당. (그림은 다른데서 먼저 봤지용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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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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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단테 |
그곳에서 오신 분이군요. 반갑습니다. 역시 그림 그리는 데에는 갤럭시노트20 이 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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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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