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대학 근처에서 자취할 때였다. 취업 준비 중이라 몸에 살도 붙고 해서 늦은 저녁이면 학교 캠퍼스나 운동장을 걷거나 뛰곤 했어. 습관처럼 같은 길로 학교에 가며 되도록 매일 운동을 했지.

근데 어느 때부터 학교 정문 근처 횡단보도에서 배회하는 아주머니가 보이더라고. 그 전부터 있었는데 내가 그제야 본 것일지도 모르지. 어쨌든 그 아주머니를 인식한 후부터는 내가 운동하러 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보였어. 매일 비슷한 장소에 있는 것도 소름 끼쳤는데, 무엇보다 그 아주머니 몰골이 아주 오싹했어. 아이라인을 거의 팬더처럼 그려놨고 얼굴도 엄청 새하얗게 칠하고 다녔어. 가부키처럼 말이야.

어느 날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정문 근처에서 그 아주머니가 안 보이더라. 집에 갔나보다 생각했지. 그리고 아무 생각 안 하고 횡단보도를 건너 집으로 가는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는데, 내 바로 옆으로 그 꺾인 사각지대에 아주머니가 무슨 장승처럼 서 있더라고. 나는 너무 깜짝 놀라서 소리쳤어. 창피한 기분이 들다 싶다가 그 아주머니랑 눈이 마주쳤는데 순간 너무 소름 돋더라고. 내 소리에 놀란 건지 화난 건지 아줌마는 말없이 눈만 갑자기 크게 뜨더라. 난 너무 놀라서 쭉 이어진 골목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지. 그냥 정신없이 말이야. 그러면서 뒤를 힐끔힐끔 돌아봤거든? 아주머니가 천천히 따라오는 것 같더라고. 내 쪽을 주시하면서 걸어오는데 멀리 가로등에 비춰서 걸어오는 모습이 정말 무섭더라. 골목 모퉁이가 나오자마자 겁나게 뛰어갔던 게 생각난다. 그 후론 그 길로 운동하러 안 갔음.